11월 10일 금요일 성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
오늘 복음에서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. ‘협잡꾼’ 또는
‘사기꾼’처럼 묘사된 집사의 모습을 주인이 칭찬하는 것으로 비유 이야기가
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. 그러면 루카 복음사가는 독자들에게 ‘협잡꾼’이나
‘사기꾼’이 되라는 것일까요?
복음사가는 이 비유에서 ‘협잡꾼’의 모습 그 자체를 그리스도인의 본보
기로 내세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. 복음의 핵심은 “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
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.”라는 대목에서 찾
을 수 있습니다.곧 세속적 이익을 쫓아 재빠르고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
비유 속 집사의 모습 그 자체가 그리스도인의 본보기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
는 의미입니다. 세상의 자녀들도 그처럼 부정한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는
데, 하물며 빛의 자녀들은 어떠하여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풀이됩
니다. 이 비유는 하느님 나라의 실현과 관련됩니다.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
라를 실현하는 데 능숙하고 현명하여야 한다는 교회 공동체를 향한 신앙적
권고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.
우리 그리스도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듯 교회 공동체는 천사들로만 구성
된 집단이 아닙니다. 예수님 안에서 회개하는 죄인들의 공동체, 자신의 잘
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공동체, 성령께서 자신의 부족함
을 채워 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 공동체입니다. 이
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 그리스도인은 각각의 삶 속에서 복음 정신을 구체
적으로 실천하는 데에 얼마나 적극적입니까?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실천하
고자 무엇을,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?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